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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1 격주간 제904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더위를 대하는 자세

"이열치열했기에 그래도 살아남은 사람이 있는 것이다
以熱治熱 故猶有存者(이열치열 고유유존자)"
- 《정조실록(正祖實錄)》 중에서


‘더위’에 대한 대책으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 뜨거운 열기를 이용해 뜨거운 열기를 다스린다는 뜻으로 몸에 열이 날 때에 땀을 낸다든지, 뜨거운 음식을 먹어 더위를 이긴다든지 하는 일을 뜻한다.
그런데 ‘이열치열’이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출전(出典)을 찾아보기 힘들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의학서적에 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의학서적인 〈동의보감(東醫寶鑑)〉은 물론 중국 의학의 고전으로 통하는 〈황제내경(黃帝內經)〉에도 ‘이열치열’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황제내경〉에는 “추위는 더위로 다스리고 더위는 추위로 다스린다(治寒以熱 治熱以寒)”는 표현이 나올 뿐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의 형식으로 재구성한다면 ‘이열치한(以熱治寒), 이한치열(以寒治熱)’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은 의학적 표현이 아니라 의학적 표현을 빌려와 다른 의미를 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실마리를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서 찾을 수 있다. 실록에는 ‘이열치열’이라는 문장이 세 번 등장하는데, 모두 정조 시절에 사용된다.
“병신년에 역적을 다스리면서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방법을 썼기 때문에 그래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는 것이니(故猶有存者), 만일 혹시라도 이수치열(以水治熱)의 방법을 썼더라면 아마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則人將無餘).”
1793년(정조 17년) 5월 7일, 정조가 신하들에게 했던 말이다. 병신년의 ‘역적’은 정조가 왕위에 오르는 것을 반대했던 홍인한(洪麟漢) 등을 말한다.
그런데 당시 홍인한의 단죄를 담당한 사람은 김상익(金相翊)이었다. 김상익은 홍인한 등과 함께 역모에 가담했던 인물이었으나 정조는 오히려 김상익을 감싸주며 대사헌으로 기용했고 결국 김상익은 홍인한 등의 역모를 단죄하는 일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정조가 사용한 ‘이열치열’은 온건한 방법으로 정치적 반대파를 몰아낸 것을 의미한다. 그 상대어가 바로 ‘이수치열(以水治熱)’이다. 역적을 다스릴 때 역적의 상대 당파 사람에게 처리를 맡겼다면 엄청난 살육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역적과 같은 당파 사람에게 처리를 맡겼기에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지 않고도 일을 해결할 수 있었음을 생각하며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게 따져본다면 ‘이열치열’이란 부드럽고 조화로운 것이다. 에어컨을 켜고 선풍기를 돌리는 게 ‘이수치열(以水治熱)’이라면 다산 정약용이 제시한 ‘소서팔사(消暑八事)’는 더위를 이겨내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 아닐까 싶다. 정약용의 ‘소서팔사’는 다음과 같다.
송단호시(松壇弧矢), 솔밭에서 활쏘기. 괴음추천(槐陰遷),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네타기. 허각투호(虛閣投壺), 정자에 모여 투호하기. 청점혁기(淸奕棋),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서지상하(西池賞荷), 연못에서 연꽃 구경하기. 동림청선(東林廳蟬),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우일사운(雨日射韻), 비오는 날에 시 쓰기. 월야탁족(月夜濯足), 달밤에 개울에서 발 씻기.
정약용이 제시한 ‘이열치열(以熱治熱)’은 치열하지 않아서 좋다. 더운 여름에 뜨거운 국물을 마시는 것만이 ‘이열치열’은 아니다. 생활 속에서 나만의 ‘소서팔사(消暑八事)’를 계획하는 것도 좋으리라.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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