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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기 천 회원(전남 장성군4-H연합회)
“환경친화적 농업방식은 우리 농업이 수입 농·축산물과 경쟁해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희망입니다. 농산물 재배가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던 전통적 방식에서 무농약, 유기농으로 전환해 가듯이 양계와 같은 축산 분야에도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를 활용하는 자연농업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전남 장성군4-H연합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박기천 회원(28·황룡면 금호리)은 2년 전 자연순환농업을 이용한 양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00평 규모의 부지에 맨 먼저 시작한 작업은 표준모델에 따라 계사를 짓는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양계는 ‘케이지’라고 불리는 닭장에 닭을 일렬로 줄지어 가두어놓은 상태에서 계란을 생산하지만, 자연순환농업 방식은 일정한 공간에 암탉과 수탉을 자유롭게 방사해 놓은 상태에서 짝짓기를 통해 유정란을 생산하는 기법을 말한다. 따라서 계사 건축 방법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그에게서 돌아왔다.
암·수닭 개체수 조절이 생산량 관건
일찍부터 농업에 관심이 많아 장성실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문 농업인의 길로 들어선 박 회원은 현재 산란계 1000수를 기르고 있다. 9개 칸으로 나누어 놓은 계사에는 10평 남짓한 각 칸마다 암탉과 수탉이 10대1의 비율로 일정하게 들어있는데, 수탉의 능력에 따라 암탉의 개체수를 적절하게 조절해 주어야 생산량을 최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하루 평균 650개씩 생산되는 유정란은 주로 전화 주문을 통해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라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사업이 안정되고 본 궤도에 오르면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란다. 일반 양계농가에서 힘든 부분 중 하나가 계분의 처리인데, 박 회원은 이를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계분을 따로 청소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발효되도록 놔두어 오히려 냄새도 나지 않고 미생물과 영양소가 풍부한 먹이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박 회원이 양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도작에만 전념하고 있던 그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자연순환농업을 이용한 양계와 관련된 초청강연을 듣고 여기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로 결심했다. 이후 농업기술센터에서도 관심 있는 농가에 대해 각종 교육에 참가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표준모델에 따라 계사를 짓고 자연순환농업으로 양계에 종사하고 있는 농가가 300곳 정도라고 한다.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대로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클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만 했다.
개별 전화주문에 의존하는 직거래 방식만으로는 판매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는 박 회원은 공급처의 다변화를 꾀할 생각이다. 소비자 직거래 판매를 고수하면 수익은 높지만 매출이 많지 않으므로 공급단가가 다소 낮더라도 고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거래처를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출이 점차 늘어나면 계사를 확장해 현재 규모의 두 배 가량으로 키워보겠다는 포부도 숨기지 않는다. ‘농업은 정직함’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박 회원은 쉬운 길이 보여도 굳이 그 길을 고집하지 않는다. 소비자의 판단과 선택에 의해서 평가받고 싶은 마음에서다. 일반사료를 그대로 쓰지 않고 색소첨가제와 항생제를 뺀 배합사료를 별도 주문제작하여 쓰는 것이나, 천연 녹색식물을 즙으로 내어 사료와 섞어 먹이는 이유도 소비자가 상품을 받아보고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내년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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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군연합회 김세륜 부회장, 농업기술센터 조광영 지도사, 박기천 회원, 군연합회 오한영 회장> |
농업기술센터 송광영 지도사를 대신해 취재에 동행하여 도움을 준 조광영 지도사는 “무항생제 축산물로 인증을 받으려면 최소 1년 이상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데, 내년에는 인증 자격요건을 갖추게 된다”며 “명실상부한 자연순환농업 실천농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박 회원에 대한 믿음을 숨김없이 말한다.
양계 농가에서 겨울철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몇 년 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조류 인플루엔자이다. 박 회원도 이로 인한 농가의 피해를 간접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에 철새의 이동이 잦은 요즘 조류 인플루엔자 예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산업기능요원을 하며 4-H와 가까워지게 된 박 회원은 우수4-H회원으로 선정돼 표창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매년 말 고아들을 돌보는 ‘상록원’을 방문해 온정의 손길을 나누고, 설과 추석 등 명절에는 장성역에서 영농회원들과 함께 귀성객들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하며 고향을 찾은 이들에게 훈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또 2003년부터는 지역축제 때마다 미아방지 이름표 달아주기 봉사활동을 펼쳤다. 4-H를 통해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고, 농업인으로서의 배움을 갈고 닦는다는 박 회원은 후배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4-H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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