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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1 격주간 제673호>
<이야기 한자성어> 登高自卑 (등고자비)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뜻으로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말이다

‘중용(中庸)’제15장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군자의 도는 비유컨대 먼 곳을 감에는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출발함과 같고, 높은 곳에 오름에는 반드시 낮은 곳에서 출발함과 같다.” ‘시경’에 “처자의 어울림이 거문고를 타듯하고, 형제는 뜻이 맞아 화합하며 즐겁구나. 너의 집안 화목케 하며, 너의 처자 즐거우리라”는 글이 있다.
공자는 이 시를 읽고서 “부모는 참 안락하시겠다”고 하였다. 공자가 그 집 부모는 참 안락하시겠다고 한 것은 가족간의 화목이 이루어져 집안의 근본이 되었기 때문이니, 바로 행원자이(行遠自邇)나 등고자비의 뜻에 맞는다는 말이다.
등고자비란 이와 같이 모든 일은 순서에 맞게 기본이 되는 것부터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우리 속담과 뜻이 통한다고 하겠다.
‘맹자(孟子) 진심편(盡心篇)’에서도 군자는 아래서부터 수양을 쌓아야 한다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바닷물을 관찰하는 데는 방법이 있다. 반드시 그 움직이는 물결을 보아야 한다. 마치 해와 달을 관찰할 때 그 밝은 빛을 보아야 하는 것과 같다. 해와 달은 그 밝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그만 틈만 있어도 반드시 비추어 준다. 흐르는 물은 그 성질이 낮은 웅덩이를 먼저 채워 놓지 않고서는 앞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군자도 이와 같이 도에 뜻을 둘 때 아래서부터 수양을 쌓지 않고서는 높은 성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 君子志於道也 不成章不達).’
또 불경에 보면, 어떤 사람이 남의 삼층 정자를 보고 샘이 나서 목수를 불러 정자를 짓게 하는데, 일층과 이층은 짓지 말고 아름다운 삼층만 지으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좋은 업은 쌓으려 하지 않고 허황된 결과만 바란다는 이야기다. 학문이나 진리의 높은 경지를 아무리 이해한다 한들 자기가 아래서부터 시작하지 않고서는 그 경지의 참맛을 알 수 없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우리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등 학문의 단계를 밟아가듯 말이다. 초등학생이 초등학생 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고서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다. 일을 몸에 익히기 위해 허드렛일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업무를 배우고 익혀야만 관리자의 위치에서 회사를 이끌어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배경지식이나 업무가 진행되는 상황도 파악하지 못한 채 회사의 일들을 처리하게 된다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큰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 쫓는다면, 모래위에 지은 집처럼 금방 무너지게 될 것이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속담이 있다. 열심히 한 일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때 좋은 것들로 보상받을 것이다. 〈오를 등(登) / 높을 고(高) / 스스로 자(自) / 낮을 비(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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