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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5 격주간 제688호>
<별난 한국사 이야기> 고려로 망명한 베트남 왕자, 몽골군을 무찌르다

고려는 다른 나라와 무역을 활발하게 하는 나라였다. 인종과 피부색에 상관없이 외국인은 모두 받아들여, 한반도에서 자유롭게 살게 해 주었다. 고려에 귀화해서 살았던 외국인이 중국인, 여진인, 거란인, 몽고인, 서역인 등 17만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 가운데는 고려 역사에 그 이름을 남긴 뛰어난 인물들이 많이 있었다. 광종 때 과거 시험 제도를 들여온 후주(後周) 출신의 쌍기를 비롯, 박학다식하여 예종 때 보문각 대제를 지낸 송나라 복주 출신의 호종단, 묘총의 난으로 고생하는 인종에게 명문의 상소문을 올린 송나라 출신의 임완 등 많은 귀화 외국인들이 눈부신 활동을 했다.
그들 중에는 베트남 왕자의 신분으로 고려에 망명을 와서 살다가, 고종 때 옹진에서 몽골군을 크게 물리친 인물이 있었다. 그가 바로 언제나 백마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옹진 백성들에게 ‘백마 장군’이라고 불리었던 이용상이다.
그는 9대 217년 동안 이어진 베트남의 안남국 이씨 왕조(1009년~1226년)의 6대 왕 이천조의 동생이자 8대 왕 혜종의 숙부였다. 그런데 혜종의 외척인 진수도가 권력을 잡아 제멋대로 왕을 바꾸고, 진씨 왕조를 세움으로써 이용상은 몸을 피해 외국으로 망명을 떠나게 되었다.
1226년 배를 타고 정처 없이 길을 떠난 그는 한반도 옹진반도에 다다랐다. 이 때 이용상은 도둑 떼에게 끌려가는 옹진 사람들을 구해 주어 옹진 현령에게 정성스런 대접을 받았고, 고종도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옹진성 동쪽 화산에서 살게 해 주었다.
그로부터 27년이 흐른 1253년(고종 40년) 7월, 몽골군 1만 대군이 서해안으로 쳐들어왔다. 그러자 옹진 현령은 이용상에게 달려와 도움을 청했다. 이에 이용상은 삼면에 토성을 쌓고, 적과 맞서 싸웠다. 이용상이 온갖 작전으로 철저히 방어했기 때문에 몽골군은 다섯 달이 넘도록 성을 점령하지 못했다고 한다.
몽골군 장수는 작전을 바꾸어 거짓으로 항복하겠다고 청하고, 커다란 황금 상자 다섯 개를 예물로 보내 왔다. 그리고 정예 병사 1천 명을 성 밖에 대기시켜 곧바로 공격할 채비를 했다. 이용상은 상자들을 보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상자를 열지 마라. 뭔가 함정이 있을 것이다. 우선 상자에 구멍을 뚫고 그 속을 들여다보아라.”
아니나 다를까, 상자 속에는 칼을 품은 자객들이 각각 숨어 있었다.
“음흉한 녀석들이구나. 상자 속에 뜨거운 물을 부어라.”
이용상의 명령대로 부하들은 상자 구멍에 펄펄 끓는 물을 부었다. 그리하여 자객들은 모두 죽어 버렸다.
황금 상자들을 돌려받은 몽골군 장수는 “적장은 신령한 장군이로구나. 도저히 그를 이기지 못하겠다.”라고 말하며 병사들에게 철수를 명했다. 그러나 몽골군은 이용상이 숨겨 놓은 고려군의 기습을 받아 전멸을 당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고종은 이용상에게 화산 땅 30리의 식읍 2천 호를 상으로 주고 그를 화산군으로 봉했다.
그 후 이용상은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다가 생애를 마쳤다고 한다. 후손들은 그를 화산 이씨의 시조로 모셨는데, 대대로 뛰어난 인물들이 나와 집안을 빛냈다.
〈신현배 / 시인, 아동문학가〉

♠“이용상의 후손들은 해마다 베트남에 초대받아 간다면서요?”

이용상이 고려에 귀화해 그 후손들이 800년 가까이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베트남 사람들이 알게 된 것은 1990년대 들어서였다. 그 때 베트남은 끊어졌던 이씨 왕조의 혈통이 살아났다며 온 국민이 감격과 흥분에 휩싸였다. 그리고 1995년 이용상의 후손인 화산 이씨 종친회 대표들을 베트남으로 초청했고, 당 서기장을 비롯한 3부 요인이 공항에까지 나와 맞이할 정도로 온 국민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지금도 화산 이씨 종친회 대표들은 해마다 음력 3월 15일, 태조 이공온이 베트남 최초의 왕조인 이씨 왕조를 세운 날이 되면 베트남에 초대받아 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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