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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했던 나는 기본적인 농사법을 배웠다"
유 미 영 (울산 남창중학교4-H회)
지난 갑오년을 돌아보면 4-H와 함께했던 바쁜 해였고, 뇌리에 잠재돼 있던 ‘초심(初心)’이라는 단어를 생각나게 해준 고마운 한 해였다.
몇 년 전 일이다. 그날도 유별나게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었다. 동료교사 한 분이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한웅큼 가지고 교무실에 들어왔다. 뭔가 했더니 상추였다. 4-H활동을 하면서 학교 옆에 텃밭을 만들어 가꾼 수확물이라 하셨다.
그때만 하더라도 4-H회가 뭔지도 몰랐던 때라 ‘상추는 시장 가서 1000원어치만 사도 한 보따리를 주는데 왜 이 더운 여름에 고생을 하시지?’라며 의아해 하던 내가 4-H지도교사가 전근가신 덕(?)에 4-H동아리를 맡게 됐다. 같은 부서의 기획 선생님과 의기투합해 3월부터 동아리 회원 모집을 시작으로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4-H지도활동을 펼쳤다.
우선 74명의 아이들과 함께 농심학습포(텃밭)를 만들기로 했다. 먼저 땅을 일구고 텃밭에 어떤 작물을 심을 것인지 아이들과 의논하여 상추, 무, 배추, 고추 등 다양한 식물을 심기로 결정했고, 농사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했던 나는 기본적인 농사법을 배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씨앗을 뿌렸던 땅에서 파릇한 새잎이 돋아나고 작물이 쑥쑥 자라날 때는 힘들었던 순간이 금세 잊혀졌다.
좌충우돌하며 한 해 동안 펼쳤던 4-H활동을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텃밭을 만드느라 허리를 삐끗해 2주간 침 맞으러 다녔던 일, 비 맞으며 텃밭의 풀을 뽑던 일, 태풍으로 모든 작물이 쓰러져 마음 아파했던 일, 아이들이 재배한 무공해 야채로 ‘가족 삼겹살 파티’를 잘 했다며 빨간 장갑을 보내주신 학부모의 따뜻한 정을 느꼈던 일 등 작년 한 해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비록 서툰 농사일이지만 텃밭에서 오롯이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볼 때면 힘든 일도, 짜증난 일도 한 순간에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던 것 같다. 아이들도 아침, 점심, 토요봉사활동을 하면서 수시로 텃밭을 오가며 4-H정신을 깨우쳐 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전국 학생4-H과제발표대회 ‘성과발표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고, 4-H세계대회에서는 본교 학생이 한국 대표로‘4-H활동’에 관해 발표도 했다. 아울러‘울산학교4-H경진대회’에서 최우수 학교로 선정되는 쾌거를 올렸다.
4-H와 함께 한 지난해는 늦게 퇴근한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나를 교직 생활의 초심으로 돌아가게 했던 행복한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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