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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전·강력한 운동의 전개를 바라면서
황 인 호(한국클로바동지회 초대회장)
한국4-H운동이 해방 후 이 나라에 도입된 지 어언 30년이란 세월이 흐르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4-H클럽 활동은 배움에 굶주리고 가난에 허덕인 수많은 농촌청소년들에게 지식과 경험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국가발전이나 새마을운동을 비롯한 제반 조직활동에 능력 있는 인재를 공급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생각하면 그동안 이 운동의 발전을 위해서 싸워온 선배동지들의 피나는 노력, 창조의 아픔, 눈물겨운 사연들이 너무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4-H운동의 활동 현장을 자세히 살펴볼 때 여러 가지 면에서 이 운동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요소가 많아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과 새로운 초기적인 방안이 강구되지 않으면 안 될 중대한 전환기에 처해 있다. 우리는 4-H운동의 앞으로의 보다 큰 전진과 발전을 위해 오늘이야 말로 가장 진지한 태도로써 4-H운동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기에 있다.
운동주체의 약체성
그러면 오늘날 우리나라의 4-H운동을 저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기본요인은 무엇인가? 물론 여러 가지 문제를 들 수가 있으나 먼저 운동주체의 약체성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4-H클럽운동이 올바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원들의 자주 자발적인 행동에 준해 집단이 조직 운영되어야 한다. 또한 부원 스스로가 지닌 인간적 조건, 즉 운영능력, 발전의지, 헌신된 생활태도, 공동의식 등이 강해야 되는데 이와 같은 주체적 조건이 비교적 약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4-H운동이 우리나라에서는 농촌지도사업의 하나로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4-H구락부가 너무 지도기관에만 의존해 자주적·자발적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4-H운동이 필요한 능력 조건에 있어서도 만족할 만한 정도가 되지 못하고 있다.
4-H구락부는 청소년이 우수하고 능력 있는 사회인이 되기 위해 자기 스스로를 교육하는 자주적 학습집단이다. 4-H클럽운동이 그 운영에 있어서 만일 외부의 간섭을 받게 된다면 부원들의 참여열이 희박해져 ‘우리의식’이 없어지고 사업을 진척 발전시킬 수 있는 자치능력이 자연감퇴 된다. 요는 ‘내가 주인’, ‘우리가 주인’이라는 ‘우리의식’, ‘주인의식’이 있어야 그 조직이 제대로 올바른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의 토착화 문제
요즘 한국4-H운동의 토착화니 ‘주체성 확립’이니 하는 문제가 자주 논의되고 있다. 4-H운동을 우리나라에 도입한데 있어서 사전에 그것을 받아드릴 아무런 준비도 없었고, 원리원칙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추진가능성이 어떤지 알아볼 겨를도 없었다. 즉 미국이 해온 것을 모방하려고 하는 피상적 상념에 도취되어 한국적 가치관, 역사의식, 민족적 정체성이나 공동체의식을 심어주는 일은 매우 소홀히 해왔다. 민족의 특수성이나 이해를 도외시하고 그들이 누린 최대한의 자유와 제도를 그대로 모방하려고 한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외래문화를 도입하는데 있어서는 외래사상과 문물의 단순한 모방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적 배경과 전통적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해결에 알맞게 소화 주조되어야 할 것이다.
4-H운동을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토착화하는데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토착화의 바탕인 토양의 성분에 대한 냉철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좋은 것은 더 좋게 되살리고 좋지 않은 것은 이를 제거하여 보다 새로운, 더 좋은 것을 창조해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환경적 요건의 불리
다음으로 4-H운동을 저해하고 있는 가장 큰 요소의 하나는 말할 것도 없이 도시와 농촌간의 심한 격차다. 도시문화의 이상비대와 농촌사회의 불균형한 변화로 말미암아 농촌의 지도자들이나 청소년들이 고독감과 낙후감 등을 느끼게 되어, 그들은 도시에 대한 무한한 동경심을 갖고 기회만 있으면 농촌을 떠나려고 하고 있다. 더욱이 4-H운동의 발전에 있어서는 변화와 혁신을 유도할만한 유능한 엘리트가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현재까지 지도자를 훈련하기 위한 전문적인 확고한 제도적 기초가 거의 마련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그리고 재정상 또는 행정상의 자율성을 갖지 못하는 오늘날의 농촌지도기관의 장이나 지도사들은 상급기관의 직접적인 지휘 감독과 간접적인 통제 하에서 농촌개발이나 청소년 지도에 정열과 창의력을 쏟기가 어려운 실정에 놓여있다. 올바른 활동이나 성실한 태도가 출세나 성공의 획득에 오히려 불리한 경우가 있어 그들은 무사안일주의의 타성에 빠져 기회주의적이고 형식주의적인 직무태도를 취하기가 쉬운 것이다. 더욱이 식량증산 우선주의에 따라 4-H구락부 지도는 자연 뒤로 미루어 질 수밖에 없고 행정실적을 올리는데 그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내실보다 자연 외형식 전시효과적인 사업추진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농촌지역사회가 갖는 폐쇄성 때문에 오늘날 그들은 4-H클럽 활동에 있어서 적지않은 저해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농촌은 아직도 가부장적 가족주의적인 전통이나 남존여비 권위적 사고가 잔존하고 유교적 도덕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경향이 있어 4-H클럽활동에 적지 않은 제약을 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농민들은 충분한 경제력의 뒷받침이 없어 기본재산의 형성마저 어려운 실정이므로 자신들의 자녀가 농촌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그들은 대부분 원치 않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사는 농촌을 사랑하고 그곳에서 살면서 그것을 어떻게든지 풍요한 고장으로 개발해야 되겠다던가 어떻게든지 도시와 같은 문화생활수준으로 이끌어 올려야 되겠다는 생각과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할 것인데 이와 같이 청소년이나 농촌지도자는 물론 심지어 그들 부모까지도 농촌에 대한 미련을 전연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풍토에서 4-H운동이 잘 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너무나도 무리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소망의 희망봉
그러면 4-H운동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먼저 도시와 농촌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는데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지도자에 대한 만족할 만한 높은 대우가 실현되어야 하고 실무적 동력으로서의 교육받은 엘리트가 농촌에 투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4-H부원 누구나가 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목표설정과 아울러 보다 포괄적이고 현실적인 지도이념이 정립되어야 하고 한국적 가치체제를 찾아야 할 것이며, 부원 자신들이 구체적인 운영태세를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편 4-H클럽의 조직과 운영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혁하는데 노력해야 하고 부원들에 대한 기초적 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모든 관계기관과 조직단체간의 유기적인 협력 태세를 조성하는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될 것이다.
우리는 올바른 정의의 실현을 위한 투쟁의 대열에서 4-H운동의 모순에 과감히 도전을 해야 될 것 같다.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불의에는 항거하고 옳은 일에는 왕성한 기백으로 앞장설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가 진실로 소망하는 4-H운동의 희망봉을 향하여 모두 다 같이 모든 관계자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달려가야만 한다. 그 길은 험난하고 어려운 길이다. 그러나 험난과 고통을 견디고 이길 수 있는 강한 정신력과 용기가 있는 한 우리가 소망하고 바라는 희망의 봉오리에 우리는 기필코 도달하고야 말 것이다. 오늘이야 말로 건전 강력한 4-H운동의 새로운 전개를 위해 있는 힘과 모든 정력을 다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황인호 선생이 1976년 제13회 전국4-H지도자 야외교육회 연찬교재에 특별기고 한 글이다. 40여년 전 4-H운동 발전을 위한 제언을 통해 오늘의 4-H운동을 되돌아 볼 수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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