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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H역군들이여 쌀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자!"
조 우 현 (한국민속식물생산자협회장)
역사 이래 쌀 만큼 소중하게 대접 받던 곡식은 없었다. 우리 민족과 역사를 같이했던 벼는 최고 오래된 민속식물이다. 벼의 기원이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 기원설이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가깝게는 기원전 6~5세기 여주 흔암리에서 탄화미가 출토됐으며, 심지어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에서 1만5000년 전 탄화미가 발견되면서 한반도 기원설이 유력해졌다.
그만큼 쌀은 우리 민족과 뗄 수 없는 생명줄 역할을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쌀을 지키고 보존한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지키는 것이며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며 대한민국 미래의 초석을 다지는 일이다.
그런데 귀하고 귀한 쌀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여 정부의 애물단지 취급을 받다 못해 소, 돼지, 개, 사료로 전용한다는 발표가 있다.
쌀은 단순히 먹거리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쌀이야말로 국가 기간산업이나 다름없다. 국가를 뒷받침하는 데 있어 식량 자급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심지어 식량의 무기화라는 단어가 생겨날 정도로 식량 자급의 중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95% 이상의 식량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의 주식인 쌀을 자급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미래학자들은 머지않아 지구 온난화로 대기근이 발생한다고 예측한다. 그때도 지금처럼 싼 가격의 곡물을 수입할 수 있으리라고 볼 수 있겠는가. 아마도 곡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부르는 값을 다 줘야 살지 모른다.
쌀에 대한 자급은 불과 몇 십 년도 경과하지 않았다. 1960년대까지는 처녀가 태어나서 시집갈 때까지 쌀 서너 말 먹기 어렵다고 할 만큼 쌀밥 먹고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쌀을 주식으로 먹고 살지만 쌀 부족 국가로 매년 수입에 의존하던 정부는 70년대 들어서서 쌀 증산 정책으로 IR667이라는 신품종(일명 통일벼) 개발로 활로를 모색해 쌀 자급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새마을운동과 더불어 4-H운동은 농촌근대화사업의 모태가 됐다.
새벽부터 확성기에서 들려오는‘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를 들으며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쌀의 생산 독려와 함께 마을마다 퇴비 생산을 위해 산과 들에 풀을 베어다 퇴비가리에 쌓고 그 위에 인분과 동물의 축분을 뿌려서 양질의 퇴비를 생산하여 논에 넣고 쌀 증산에 힘을 썼다. 그때는 비료도 없는데다가 땅심이 낮아서 생산량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쌀밥 또한 내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정부에서 혼식을 장려하여 가정에서도 잡곡밥을 먹게 하였으며 심지어 학생들 도시락까지 혼식하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선생님께서 도시락 뚜껑을 열고 확인한 후에 밥을 먹게 했다.
쌀밥만 싸가지고 온 친구들은 앞으로 끌려 나가서 손을 들고 벌을 받는 웃지못할 진풍경이 연출되곤 했다. 지금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얘기하면 설마하고 웃어넘길지도 모른다.
그뿐인가. 어머니는 밥 짓기 전에 절미라고 하여 식구만큼 한 숟가락씩 덜어서 절미 항아리에 보관하여 한 달 후 누가 더 많이 절미 운동을 잘하였는지 확인해 상을 주는 그런 일도 있었다. 그만큼 쌀 증산이 절실했다는 증거다. 그렇게 어렵게 이룩한 쌀 자급이 오히려 독이 되어 나라의 짐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지금의 쌀이 남아도는 근본 원인은 밥을 먹지 않아서 생긴 것이다.
해방 이후 미국의 잉여 농산물을 넙죽넙죽 받아먹다 보니 식생활이 밀가루에 길들여져 생긴 원인과 대기업 자본의 쌀에 대한 잘못된 정보 전달이 기인했다고 본다. 1970~80년대 하루 쌀 소비량의 반으로 줄어든 것도 모자라 방송 매체는 앞다퉈 쌀을 먹으면 살이 찌고 당뇨병이 생긴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밥을 먹지 않는다면 뭘 먹겠는가. 당연히 다른 먹거리를 찾을 것이다. 그것은 빵이나 피자 등 밀가루 제품일 것이다. 밀가루의 글루텐은 소화장애 및 아토피의 주범이다. 방송 매체를 장악한 대기업 자본의 위력은 오늘도 쌀이 우리의 건강에 해롭다고 떠벌린다.
우리 조상들은 쌀이 보약이라고 했다. 아파서 누웠다가도 쌀밥 한 그릇이면 거뜬하게 일어났다. 쌀을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 개발로 쌀 소비 촉진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모태가 된 4-H운동처럼 쌀 소비 촉진 범국민 운동을 전개해 국민 건강과 더불어 안정적인 먹거리인 쌀을 지켜내야 한다.
쌀을 지키는 일은 너, 나가 따로 없다. 그 중심에 대한민국 산업화에 앞장선 4-H역군들이 다시 한 번 나설 때가 됐다.
4-H역군들이여 쌀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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