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4-H운동이 우리 사회를 위한 또 한 번의 빛을 발해야 될 때다"
유 영 환 (서울 유석초등학교장 / 전 서울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
요즘 교육계의 화두는 인성교육이다. 인성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지금의 대한민국이 건강한 나라인가?’라는 질문에서 비롯되어진다.
현재 우리 사회와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상황들을 보면서‘우리 사회 이렇게 나아가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들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라는 우리 사회에 드리운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불신과 갈등 상황의 원인을 찾아 불식시키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 따스함이 배어나는 건강하고 살 맛 나는 미래 사회를 소망하는 마음들이 그 해결 방안을 교육에서 찾고자 하는 마음에 인성교육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사전적 의미에서 인성교육이란‘마음의 바탕이나 사람의 됨됨이 등의 성품을 함양시키기 위한 교육’을 말한다. 이런 사람을 키우고자 하는 노력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말을 자주 접하면서‘우리 아이들이 또 하나의 짐을 지게 되는구나’라는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정직한 성품, 배려하는 마음을 지닌 됨됨이가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또 하나의 노력을 강요당하겠구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무언가를 가르쳐서 이루겠다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해 줌으로써 인성교육의 의미를 찾아본다면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인성교육이란‘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이다.’라고 정의해 보고자 한다. 우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그 상황 속에서 사람 됨됨이가 스스로 갖춰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행복한가. 그들의 행복지수는 어느 정도인가.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우리나라의 모 중학교를 방문해서 강연하는 자리에서“여러분들의 학업성취도는 세계 최정상급입니다. 그러나 행복지수는 세계 최하위입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우리 아이들이 행복을 유예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으로 대접 받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미루고 오로지 공부에만 올인 해야 하며, 그래야만 나중에 행복해질 수 있다며 아이들의 행복을 부모들과 우리 사회가 유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무한경쟁에 내몰려 이기기 위한 일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겨야 하는데 배려는 사치스런 것일 뿐이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그들이 자기의 소질과 적성과 맞는 분야를 찾아내고, 꿈과 희망과 비전을 설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반짝이는 머리가 있으나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따뜻한 가슴은 있으나 품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경쟁교육에 내몰려 자신들이 설정한 꿈과 희망과 비전 없이 살아왔기에 그들이 흔들리고 있고 그 흔들리는 모습을 모두가 우려스런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 유예 당한 행복을 돌려줘야 한다. 이것이 인성교육의 시작이다.
우리 사회의 제반 갈등은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자기중심적 이기주의가 그 원인이라고 보여진다. 자기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책임회피와 전가하려는 모습, 남의 잘못을 용서해 주기 보다는 뭇매질하는 모습, 남의 성공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폄하하려는 모습 등이 갈등과 불신의 사회에서 보여지는 대표적인 현상들이다. 이런 사회현상을 치유해 나가기 위해 다음의 네 가지를 4-H가 주도하는 사회운동이 되기를 제안한다.
첫째는 내가 잘못 했을 때에 변명하기 보다는 인정하고 사과하는 마음 지니기, 둘째는 남이 잘못 했을 때에는 비웃고 질책하기 보다는 이해해 주고 용서해 주는 마음 지니기, 셋째는 남이 잘 한 일을 보았을 때 시기, 질투하기 보다는 인정해주고 칭찬해주고 섬겨 주는 마음 지니기, 넷째는 내가 칭찬 받을 때에는 뽐내고 교만하기 보다는 겸손한 마음 지니기다.
6.25 전쟁 직후 폐허 더미 속에서도 배고픔을 뛰어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들이 지녔던 상부상조의 미덕이었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데 큰 몫을 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배려로 어우러진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을 선도한 것이 지역사회교육운동인 4-H활동이었다. 오늘날 4-H운동이 우리 사회를 위한 또 한 번의 빛을 발해야 될 때다.
과거 농촌을 변화시켰던 4-H운동이 도시 청소년들은 물론 경쟁교육 속에서 자신을 잃었던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사회혁신운동으로 다가오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