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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5 격주간 제849호>
[이달의 착한나들이] 소금길에서 쓰레기에 붙은 별을 보다
쓰레기에 별이 붙어 반짝이고 있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낯선 사람들이 가슴속으로 들어올 때가 있다. 그들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들과 더불어 산다. 그들이 어디서 무얼 하며 사는지 궁금해 하면서. 이번 나들이에서도 그런 사람을 만났다.
내가 찾아간 곳은 서울 염창동(鹽倉洞)에 있는 소금길이다. 이 마을은 조선시대에 소금창고가 있던 곳으로 지하철 이화여대역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다. 그러나 재개발 지역이 되어 사람들이 떠나면서 폐허가 된 동네다.
이미 헐린 집들은 시멘트 더미로 변했고, 헐리지 않은 집들은 금방 무너질 듯 깨진 유리창이 목구멍을 벌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까마귀 우는 소리가 들리고 길엔 사람 그림자조차 없었다.
나는 내 발소리에 놀라 가다가 멈춰 서곤 했다. 극도의 공포를 느끼며 나는 동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은 가파른 골목을 끼고 늘어서 있었고 골목마다 발을 들여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부서진 의자, 깨진 유리 창문, 녹슨 자전거, 스티로폼, 아이스박스, 비닐우산 등 삶이 지나간 자리에 소중했던 추억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섬짓한 느낌에 돌아보니 무언가가 휙 지나갔다. 고양이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돌아 나오다 숨을 멈추었다. 누군가의 글씨를 본 것이다.
‘여기 골목에 아직 사람 살고 있어요. 제발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나는 놀랐다. 이런 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니! 다시 보니 그 글엔 별이 그려져 있었다. 쓰레기란 단어에 붙어 반짝이는 별. 그는 머리에 띠를 두르거나 욕설을 하는 대신 펜을 쥐고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별을 그렸을 것이다. 이곳엔 방 한 칸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아직 여기에 남아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종이에 글을 쓰고 별을 그린다고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그 별은 나를 따라왔다. 그리고 내 가슴으로 들어와 슬프게 깜박거리다 점점 환하게 타올랐다. 폭력보다 강한 빛으로.
염창동은 도심에 붙은 가난한 산동네지만 소금길로 유명해진 동네다. 서울에서 제일 위험한 우범지역으로 낙인이 찍혔을 때 동네사람들은 결코 절망하지 않았다.
스스로 힘을 모아 집집마다 벽화를 그리고 꽃을 심고 운동기구를 설치했다. 그리고 사고 현장을 알리기 위해 전봇대에 번호를 붙이고 위험에 처한 주민을 위해 24시간 문을 열어두는 집도 있었다. 그 후 범죄는 줄어들고 소금길은 사람들이 찾아와 구경하는 명소로 탈바꿈한 것이다.
절망 속에서도 벽화를 그리고 꽃을 심었던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았던 이곳. 그러나 머지않아 여기도 아파트숲으로 변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떠난 사람도 남아있는 사람도 언 땅에 풀이 돋듯 어딘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리란 것을. 삶은 무한한 반복이며 끊임없이 계속되는 거니까.
내려오는 길에 뜻밖에 두런거리는 사람 목소리를 들었다. 노부부가 급경사 진 내리막길에서 폐지가 가득 실린 리어카에 매달려 숨을 고르고 있었다.
무인도에서 사람을 만난 듯 반가워 도와주려 하자 할머니는 손을 저으며 웃었다. 입속에 이가 없었다. 그 웃음은 누군가 그려놓았던 별처럼 눈물겹게 반짝이며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
 <김금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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